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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진행사항

보정권고를 받고 개인회생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by 비쨍이 2022. 6. 27.

2020년 11월에 신청하고 약 세 달만에 법원에서 보정권고가 떨어졌습니다. 내용을 보아하니 준비할것도 너무 많고 작성해야 할 것도 갈피가 안잡혔습니다. 심지어 14일 이내에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이걸 어찌하나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사무장님에게 문서를 전달 받고는 처음 몇 일간은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쉬운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보자고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일단 제출서류들이 엄청난데 저와 배우제의 최근 5년간 위택스 전국지방세 납부내역서와 금융기관별 계좌내역, 카드사별카드내역, 모든 금융기관의 입출금 거래내역서와 대출금 사용처 소명, 5년간 소득금액증명서, 연금산정용 가입내역 확인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사업자등록 및 폐업에 관한 사실증명서 그리고 저의 5년간 세목별과세증명서 그리고 현 근무지에 취직하게 된 경위와 업무내용, 근무지 주소와 출장 여부, 근무일수와 근로시간, 출퇴근 시간, 급여 책정 기준과 지급받는 방식, 급여내역서와 급여통장, 사업장의 사업자등록증, 4대보험 가입여부 및 원천징수 여부, 그리고 종전에 같은 업종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지 까지 정말 세세하게 다 제출을 해야 했습니다.

 

진짜 이 자료들을 뽑는것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7시 반정도였는데 9시 이후로는 조회가 안되는 사이트들이 있어서 퇴근하고 저녁먹고 잠깐 소화시키고 하려고 접속하면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하루에 한 사이트 정도 자료를 다운받거나 캡쳐하거나 하면서 몇 일간은 자료수집에만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증권회사 중 온라인으로 거래내역을 뽑지 못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키움증권의 경우가 그랬는데, 내역을 신청하면 택배로 보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최근 1년치를 신청하고 받아보니 무슨 두꺼운 전공책 하나의 분량을 A4용지로 출력해서 보냈더군요. 수백장의 문서 요걸 스캔해서 파일화 시키는것도 정말 애먹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제가 회생신청하기 전 마지막 신용카드를 쓴 것이 흑백 레이저복합기 구입건이었습니다. 왠지 느낌에 회생 진행하며 쓰임새가 많을 것 같은 촉이 왔었기 때문이죠. 그마저도 여러장 위에 올려놓고 스캔을 뜨면 중간에 두장씩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다섯장씩 넣고 계속 돌렸습니다. 어쩌면 이 많은 문서를 평판으로 한 장 한 장 스캔했으면 GG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보다 일찍 회생을 신청한 아내보다 제가 보정권고가 더 일찍 나오는 바람에 아내도 덩달아 밤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루게 되었죠. 그래도 저의 경우를 먼저 겪어봤으니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라고 안해도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이후 아내는 보정권고시 조금은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작성 중 가장 까다로웠던 것은 아무래도 입출금 거래내역 하나하나를 소명하는 것이었는데 저의 경우는 계좌는 100만원 이상의 금액만 소명하라고 했었습니다. 물론 대출금 사용처는 금융사별로 별도로 전액에 대한 내역을 작성해서 드렸었죠. 이게 왜 힘드냐면 통장 내역 하나를 설명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다른 통장에도 부치고 그걸 또 어디에 얼마를 썼고 이렇게 되다보니 과거의 기억도 다 떠올려내야 하고 해당 금액의 사용 종착지까지 다 추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된 일을 하고 돌아와서도 힘을 내어 매일 조금씩 조금씩 해 나가다보니 다행히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보정권고에 대한 서류 제출이 2주면 충분할거 같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사무장이 문서를 수신하고 검토하여 저에게 전달하는 것도 몇 일이 지나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외로 장애물들이 많으니 결코 준비시간이 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정서류 제출기한을 법원에 연장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할때 제대로 해서 내야 2차 보정권고가 나오지 않기에 최대한 성심성의껏 제출해야 합니다. 저 역시 1차 보정권고 후 5월에 2차가 나온 것으로 확인되는데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처가 되는 부분이었는지 저에게 따로 알리지 않고 제출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정을 무사히(?) 지나간 저는 할 수 있는건 이제 다 했으니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대기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7월이 되어 그렇게 간절히 기대하던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하려는 아침에 사무장님이 해당 문서를 전달해주는날 저는 감격에 벅차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비록 5년간 부채 총액의 50%를 갚아야 했지만 이렇게나마 피할 길을 내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어리석었던 저에게 다시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될만한 큰 선물을 주셨죠. 그리고 채권자집회기일은 세 달 후인 10월이었습니다. 제가 받는 급여가 세전 200만원인데 121만원을 지난 달인 6월부터 변제하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는 아무 일이 없었냐고요? 물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단 은행과 카드사에서는 모두 개인회생을 인정하고 해당 변제계획대로 변제받기로 하였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채권자계좌번호신고서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업체였습니다. 네 곳의 대부업체 중 한 곳은 일찍이 변제계획을 따르겠다며 채권을 다른 곳에 매각하고 계좌번호도 제출을 했었는데 나머지 세 곳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해당 채권이 회생에서 빠져버리면 저는 도무지 그 채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저에게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법원에서는 변호사 사무실에 이의신청에 대한 보정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얼마 지나 제출을 했던 내역들이 있더라고요.

 

개시결정이 내려지고 이제는 소득을 높여야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매달 121만원을 갚으며 일도 힘들고 급여는 작은 이 회사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사실 얼마 전부터 개시결정을 염두에 두고 소득을 높일 수 있을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였고 약 한 달간의 공부를 통해 온라인셀러에 도전하기로 하다가 개시결정이 난 후 저는 개인사업자를 내게 됩니다. 처음에는 네이버스마트스토어로 시작해서 현재까지 사용하는 곳은 쿠팡과 롯데온까지 세개 입니다. 도매사이트 물건을 올려서 팔기로 하고 자동으로 상품을 올려 조금씩 팔았는데 작년 매출이 대략 삼백얼마가 되더군요. 온라인 판매가 소득에 별 도움이 안되더군요. 물론 제가 일반적으로 하는 방식으로만 해서 그렇겠지만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 9월 초에 저는 과감히 그 회사를 관두게 됩니다. 힘든것도 힘든거지만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시 다른 회사를 알아보다가 9월 하순에 훨씬 좋은 조건의 현재 회사로 올 수 있었습니다. 급여차이가 기존회사보다 1.6배 이상 많았습니다. 심지어 하는 일도 노가다가 아닌 대부분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또 한 번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군요.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끄심이 있었다고 느껴졌습니다. 계산을 해보자니 이 곳에서의 급여로 회생 변제금을 갚고도 전 회사에서 받는 금액정도를 온전히 생활비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지금도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하나님께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채권자집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집회에 가서 제가 보고 겪은 내용을 토대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에 이마저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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