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연체를 앞두고 잡코리아를 뒤지며 눈높이를 한참 낮춘채로 회사를 가리지 않고 폭풍지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20년 10월에 드디어 200만원짜리 직장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휴일인 일요일에 면접을 보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나가게 되었죠. 이렇게 저는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와~~~!!!!! 일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거의 노가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적응이 안되더군요. 제가 그간 몸으로 하는 일은 잘 안해보았기도 했었고, 그간 몇 년을 쉰 탓에 왠지 더 힘들게 느껴졌었죠. 그래도 이 난관을 해쳐나갈 길이 이 것 외에는 없었기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남짓 꾸역꾸역(이때까지도 적응이 안됨) 다니고나서 먼저 회생을 신청한 아내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아침 일찍 연락이 왔습니다. 아내가 저 역시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으니 진행해달라고 했다면서요. 회생을 신청할 것인지 본인의 의사를 묻더군요. 맞다고 하니 가격은 대략 이백만원 남짓이며 채권자가 많으면 좀 더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분납이 가능하다고 해서 저는 3개월 분납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몇 일이 더 지나 채무자 대리인 제도까지도 신청했습니다. 이게 뭐냐하면 대부업체에서 전화오는 것을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세워 응대하는 것으로 채무자에게는 어떠한 추심접촉을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저는 총 네 곳의 대부업체가 있었기에 한 곳당 5만원씩 총 20만원을 추가로 냈습니다.
그렇게 신청을 하고 대략 1주일쯤 지나니 사건번호와 함께 금지명령이 떨어지더군요. 이날부로 제 마음은 아주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제 개인회생 사건번호를 금융사들에게 알려줬죠. 매일 카드사에서 돈을 입금하라는 전화가 여러차례 왔었는데 더 이상 오질 않았습니다. 넣을 돈이 없는데 자꾸 전화와서 몇시까지 넣으세요라는 안내를 하니 어느 시점부터는 제가 아예 전화를 안받기 시작했었거든요. 그리고 이전까지 무언가 두려움에 전화를 피했던 대부업체에도 전화를 해서 알려야 하느냐고 사무장께 여쭈어보니 채무증명서를 발급받았으니 아마 개인회생 신청한 것을 알거라며 굳이 안해도 된다고 하여 부담스런 대부업체 전화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당분간은 마음 편하게 매달 180 후반에서 190 초반의 실수령액을 받으며 힘들게 일을하며 지냈습니다. 제가 일했던 곳은 쿠팡, 11번가, G마켓, 옥션, 네이버 등 오픈마켓에 중고 전자제품을 판매하던 곳이었습니다. 물건들이 다 무게가 있는 것들인데 옮기고 조립하고 닦고 포장하고 모든 것을 인력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손가락 마디가 매일 퉁퉁 붓고 손목도 아프고 하더군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받는 돈은 예전 회사의 절반 수준인데 힘든 정도는 두 배 이상이라고.... 심지어 점심도 양껏 제공해주지 않아서 오후에는 힘이 없어서 탈진할 것 같은 느낌을 거의 매일 받았었죠. 저는 아침을 안먹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데 에너지도 많이 쓰는 일임에도 쓸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 가면 매일 큰 대접으로 가득 밥을 먹었던 추억도 생겼네요.
힘들고 배고프고 참 내 신세 처량하다 생각이 늘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상황도 되질 않았기에 더 슬펐죠. 한편으로는 그래도 여기서 일을 시켜줘서 회생도 신청하고 금지명령까지 받을 수 있었다는 고마움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일은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했습니다. 초반에는 일도 느리고 하니 거의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일만 했습니다. 물론 제가 열심히 한다 한들 돈 더주고 그런건 없었죠. 제가 그런 기조를 보이니 같이 일했던 다른 직원은 이런 저로 인해 이전보다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휴식시간 까지도 그친구가 대신 누리는 것 같았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이니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상황만 된다면 하루 빨리 나갈 생각을 항시 하고 있었으니까요.
별 생각없이 한 네 달 정도가 지나고 나서 드디어 지옥의 문이 열렸습니다. 보! 정! 권! 고!
그 당시 받은 느낌은 정말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었습니다. 적다보니 열두시가 이미 넘었네요.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또 출근을 해야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적고 다음에는 보정명령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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