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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진행사항

내가 개인회생까지 오게 된 사연

by 비쨍이 2022. 6. 20.

저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이 나라의 한 남자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도 저희를 키우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형 누나들이 받았던 지원에서 늘 제외되었습니다. 아마도 큰 자식부터 잘되기를 바라셨던것 같은데요. 남들 다 다니는 학원을 단 한 번도 다녀보지도 못했었죠. 그렇지만 아무런 지원이 없었어도 제가 공부는 더 잘했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초등학교부터(저 때는 국민학교였었죠) 대학교까지 마친 후 교수님 소개로 한 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첫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잘 다녔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규모가 더 큰 지인의 회사가 채용이라고 지원해보라는 말에 지원하여 5년 반을 다닌 첫 회사를 뒤로한채 옮겼는데 3년을 채 못다니고 관두고 나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맛벌이를 하고 있어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서른 중반이었는데 서울에 30평대 집도 장만해놨던 상태로 저희 집은 또래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있는 편이었던것 같습니다. 한 서너달 집에서 주식이나 보며 소소히 용돈벌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첫 회사 선배가 독립하여 대표로 있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둔걸 넘겨넘겨 소식을 전해들었다 하더군요. 함께 회사를 다닐 때에도 저를 좋아했고 높이 평가했었던 분이셔서 저를 쓰겠다며 먼저 전화를 주셨었죠. 하지만 거기에는 첫 회사에서 잠시 같이 다녔던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한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때문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도와주자는 마음 하나로 승낙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1년을 다니다보니 사장님께서 저에게 몇 년 안에 저에게 사장자리를 주겠다고 하시더군요. 들어온지도 얼마 안된 부족한 저에게 그런 말을 하시니 놀랍기도 했었는데, 뭐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친구였죠. 초창기부터 회사와 함께 했으니 그 친구는 당연히 다음 사장 자리는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업무적으로 감추는게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가격표를 주지 않기도 하고,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저에게는 말도 안하고 나머지 직원들하고 가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단 몇 년만 기다리면 그 영광의 자리가 내게 주어지겠지만 저는 당장 그 몇 년을 이렇게 보내기 싫었습니다. 제가 있음으로 인해서 회사도 그친구도 좋지 못한 상황으로 갈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고 사장님은 극구 말렸지만 그렇게 회사를 또 나왔습니다.

 

세 회사를 거치다보니 내가 아무리 잘해도 늘 방해하는 사람은 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저는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매우 커졌고 이제 자력갱생 하는 것이 내가 살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었던 그때, 보험회사를 운영중인 친구가 주식에 빠져 제 주식계좌를 자신이 매매해서 월 천만원씩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평소에 의리도 있고 믿음이 있는 친구였기에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저는 새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고 매일 출근하듯 보험회사를 하는 친구의 사무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때부터 주식계좌를 만들고 계속해서 투자를 해오곤 했지만 단타를 즐기지는 않았고 주로 중장기로 해왔었죠. 그런데 이 친구는 단타를 주력으로 했었고 처음에는 수익이 어느정도 났기에 저도 단타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친구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찾아보곤 했습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친구는 초반에 냈던 수익은 다 까먹고 손실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종목에 몰빵했는데 쭉 빠져서 손절도 못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되었죠. 그렇게 한 달 정도 이삼십퍼센트 손실상태로 매매도 없이 가게 되었고, 결국 손실분은 친구놈이 변제를 해주기로 하고 주식을 정리하고 친구 사무실에 더 이상 가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려고 또 온라인을 헤매다가 동업사이트를 우연히 알게되어 집 근처의 두 살 어린 동생을 만났고 자신에게 투자를 하면 월 20%씩 이자를 준다고 하여 집과 직장이 저희 집과 가까워서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투자를 했죠. 그렇게 몇 천만원 손해를 본 후 새로운 투자를 한 상태로 할게 없어진 저는 정말 들어가기 싫은 회사를 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돈보다는 가깝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집에서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의 회사에 합격을 해서 한 달 다니고 나왔습니다. 20%를 받는다는 생각에 적은 돈을 벌려고 제 시간을 온전히 쏟는게 싫어지더군요.

 

그런데 처음에는 지급되던 이자가 얼마지나 안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약 반년만에 결국 사기라는걸 알게 되었죠. 그 동생은 여기저기 저같은 사람들을 만들어서 몇 억은 족히 되는 돈을 지급하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린 친구가 너무 많은 빚을 떠안아서 앞으로 어떻게 살까를 그 와중에 또 함께 걱정을 하게 되더군요. 다른 투자자들은 욕하고 무섭게 나오고 그랬지만 저는 끝까지 인간적으로 대해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의 힘을 빌려 저에게는 최대한 줄 수 있는 만큼은 돌려주더군요. 그렇게 저는 얼마 손해를 보고도 소송이나 신고 없이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대로 다녔던 회사를 나온지는 이미 한참 지나 취업이 안될것이라는 겁이 나기도 했고 트라우마(?)가 있어서 회사를 다니기는 너무 싫고 저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집에서 주식 단타매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단타실력이 없으니 유사투자자문업체도 가입해보고 수백만원짜리 검색식도 구입해보고... 지금 생각하면 참 겁없이 호구짓 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런거 아무리 해봐야 돈 못버는거 뻔하죠. 저역시 매달 2~3천만원씩 날아갔습니다. 손실이 너무 커지니 이제 다른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죠. 어떻게든 돈을 대려고 급기야 집도 팔고 월세로 이사를 했습니다. 유료강의도 여러번 들었는데도 마음이 급하고 빠르게 만회해야겠다는 감정으로 인해 될듯 될듯 안되더군요. 그렇게 약 4년간 주식에 빠진 결과 6억원이 넘는 현금을 주식시작에 갖다 바치게 되었습니다. 저는 카드론에 현금서비스에 월세 보증금을 담보로 빌린 대부업체 대출금에, 그리고 연간 대략 5천정도 버는 와이프도 대출을 끌어오게 하여 저로 인해 억대 빚을 지게 되었죠.

 

더 이상 돈을 구할 곳도 없어지게 되었고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연체가 이제는 불가피해졌죠. 확 죽어버릴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을까?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 그럴수도 없더군요. 그렇게 해서 아내가 개인회생을 해보자고 하였죠. 그런데 저는 직장도 없고 월세 보증금을 담보로 빌린 돈이 있었기에 그걸 한다한들 되겠냐 싶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만 있다면 한 번 부딛혀보자는 심정으로 부랴부랴 직장을 알아보게 되었죠. 그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죠. 그냥 다닐 수만 있다면 가겠다는 심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월 200만원짜리 직장에 들어갔고 그 소득으로 회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꾸준히 다니는 직장이 있었기에 당연히 신청이 가능했었죠.

 

여기까지 아주 자세한 내용까진 아니더라도 제가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대략 이렇습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의 이 부끄러운 개인회생 경험조차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쭉 적어내려왔습니다. 첫 글을 적고 이 글을 적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내가 이걸 하는게 과연 맞는가 하는 갈등이 계속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을 갔다와서 피곤해 쉬고싶기도 하고 집에 와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 아닌 일을 하는게 귀찮기도 했었죠. 다음 이야기도 가급적 빨리 시간을 내어 또 써나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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