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도 변하였고, 연말도 다가오고 몇 달 만의 포스팅입니다. 저의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의 발자국을 이렇게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겨울에 걸맞지 않게 낮기온이 17도나 올라가서 운전 중에 정말 덥더군요. 아침에는 두꺼운 외투가 필요했지만 오후가 되니 금새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토록 짧은 몇 시간 동안에도 큰 변화는 일어나게 마련인데, 우리 삶 역시 좋고 나쁜 일이 변화무쌍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압니까? 비록 오늘은 빚 갚느라 넉넉하지 못할지라도 내일은 로또라도 맞아서 순식간에 십억을 거머쥘지....
실은 여러분께 저의 기쁜 소식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매달 121만원씩 갚고 있는 이 변제금을 지난 11월부로 딱 절반인 30회 갚았기 때문입니다. 헉헉거리며 2년 반 동안 열심히 산을 올라 정상에 딱 서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어쩌면 당장의 목표라고 할 수 있었던 절반 변제를 이루어 냈고, 이제 정상에서 야호 한 번 외치고, 쉼호흡 한 번 하고,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괜찮은듯 합니다. 물론 제가 잘했다거나 잘나서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해결해 주실 것을 믿고 그저 하루 하루를 힘차게 살아낸 결과였다고 여겨집니다.

요즘 저는 조기축구를 나가고 있답니다. 한참 더웠던 한여름에 집 근처 조기축구에 가입해서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뛰고 있습니다. 제가 축구를 참 좋아하는데, 어른이 되니 할 기회나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시작하게 되어 체력도 증진시킬 계기가 마련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좀 추워지다 보니 이불속에서 나와 아침 일찍 나가기가 좀 싫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러한 생각을 이겨내고 나가서 좀 뛰다 보면 이내 땀도 나고 잘 나왔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따로 운동을 할 일이 없으니 앞으로도 귀찮음을 잘 극복해 보려고 합니다.
늦가을부터는 자동차로 쿠팡, 배민 어플로 음식배달도 난생 처음으로 좀 뛰어봤습니다. 음식 배달이라는 것이 단순히 픽업지에 가서 픽업하고, 고객 집 앞에 가져다 놓고 사진만 찍으면 되니 어려운건 없는데 요즘은 춥기도 하고, 시간과 노력의 투입량에 대한 대가가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 보니 이제는 좀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로 하다 보니 신호는 신호대로 다 걸리고, 요기조기 골목골목 빠져나가는 오토바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최근에는 잘 안하게 되더군요. 어쩌면 정말 금전적으로 절박하지 않아서 핑계를 대는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변제의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반대로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늘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더디게 갔으면 하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책도 읽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가족들과 여가도 즐기고 싶고, 신앙심도 더 깊게 빠져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내 아름다워야 할 스케치북의 스케치가 경제적 자유가 없어서 색칠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는 합니다. 이전에 벌어놨었던 재산을 잘 지키고만 있었어도 훨씬 풍족한 상태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음을 알기에 슬플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저만 그런 것이 아니겠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바로 그 때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좌절해서 바닥도 넘어서 지하실까지 가느냐, 아니면 바닥에서 다시 정신 바짝 붙들고 빌드업 해서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이전처럼 차곡차곡 이루어 나가느냐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머릿 속의 생각 하나 차이로 인해 갈리지 않겠습니까? 이제 모든건 틀렸다며 매일 소주병만 붙잡고 한탄하면 어떠한 것도 바꿔내지 못할게 뻔해 보이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떠한 어려움도 부딪혀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만 있어도 결국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현재까지 저는 직장생활을 십수년을 해왔는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계속 와닿습니다. 어느 회사를 가던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꼭 있게 마련이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 이전의 거만했던 저도 계속해서 나이가 들수록 더 겸손해져야 함을 느낍니다. 어릴 때는 목이 뻣뻣하고 잘난게 하나도 없음에도 나 잘난 맛에 살던 저였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로 살아왔음을 감사하며 남들 눈에 띄지 않아도 꼭 필요한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고자 합니다. 예전 같으면 뭔가를 했다면 자랑하려 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도 않죠. 저 성장한거 맞겠죠? ㅎㅎ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 맡은 바를 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정말 어지러워질겁니다. 내가 아무리 회사의 CEO라 할지라도 식당을 하시는 분들이 없다면, 쓰레기 치우는 분들이 없다면, 전기를 만드는 분들이 없다면, 물건을 생산하는 분들이 없다면, 아스팔트를 까는 분들이 없다면, 광케이블을 까는 분들이 없다면 삶의 어느 한 순간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나만 생각해선 안되는 것입니다. 진짜 환희는 이 공동체 안에서 모두가 작던 크던 맡은 바를 충실히 하며 더불어 살아갈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어도 이렇게 회생을 통해 살아갈 수 있게 사회가 돕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고난이 온다 해도 절대절대 좌절하지 마시고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모두들 힘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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